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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Laos 2015

#25. 아플 때 도와준 잊지못할 사람들/김삿갓 식당.(31/May/2015)

by Bonnie Lass 2015. 5. 31.

#25. 아플 때 도와준 잊지못할 사람들/김삿갓 식당.(31/May/2015) 

 

어제 5시 경부터 2차 복통이 시작되었다.

이제 다 나은줄로만 알았던 물갈이 증상이 도졌다.

 

숙소 사장님과 아내분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따뜻한 차와 약을 주셨다.

 

요구르트(소화 잘된다고 N이 죽받으러 나갔다가 사옴) 가지고 오는 길에 사장님이 나 먹이면 안된다고 너 먹으라고 했다.

자신들은 OLD MAN, 우리는 YOUNG MAN이기에 지혜를 모른다면서

아플 때는 따뜻한 물을 많이 먹어야된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셨다.

그 마음씀씀이가, 피부색은 달라도, 말은 조금 안통해도, 느껴진다.

진심이 통한다는게 이런 것인듯.

 

 

프랑스에서 20여년간 사셨던 분들이라 약도 프랑스, 글도 불어로 써있다.

N이 구글링한 결과, 현지에서의 병은 현지 약을 먹어야 한다며 약국까지 다녀와줬다.

 

너무 아파서, 일식집에서 만난 한국인, 김삿갓 식당 사장님이 8시에 조마 앞으로 픽업 오시기로 하신 것을 못가게 되었다.

1차 물갈이 때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는데, 2차 때는 너무 아파 데굴데굴 구르다가 화장실을 한시간에 10번이나 갔다.

구토도 이렇게 해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장염과 위염을 달고사는 나지만, 정말 너무 아파서 말도 안나오고 숨도 안쉬어졌다.

'이러다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고, 병원을 진심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어딜 나가봐도 물갈이 한번 안해본 내가, 이제는 늙었나 보다..씁쓸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어떻게 병원을 가랴.

김삿갓 사장님 (한번 봤을 뿐인데 염치없게 연락드림) 에게 보이스톡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약을 가지고 오시겠다면서 한번 먹어보라 하셨다.

차 끌고 숙소 앞까지 친히 오셔서 죽이랑 반찬을 싸다 주셨다.

 

 

물론 나는 아파서 한발자국도 못나갔고, N이 받으러 나갔다.

죽 값 지불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사양을 하셨다고.

 

이 거리를 죽에, 약에, 두번이나 왔다갔다 하셨다.

그것도 아무런 댓가없이.

 

 

불린 쌀로 죽 2인분.

(하지만 N은 조마에서 라자냐와 쿠키를 사와 먹었다.)

 

 

간장.

 

 

김치

 

 

호박

 

 

그 밖에 시금치와, 감자볶음까지.

눈물나는 맛이다.

 

후에 N이 다시 펄펄 끓는 홍차를 타다주고, 그릇도 깨끗이 씻어서 반납해야된다고 씻어왔다.

그릇 씻으러 내려갔다가 설거지 밀린 것들은 전부 하고 왔단다.

아무리 지불하고 이용하는 숙소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

공짜로 제공하는 커피를 타 먹었다면, 컵 정도는 씻어놔야 양심이 있지.

거기다 밥에 이것저것 그릇을 썼다면, 그것도 제발 설거지좀 하고 올라가라.

집에서도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

 

 

제발 개념들 좀 차리자.

우리는 한국인이다.

 여행할 때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우리네 행동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거다.

한국인의 인식을 좋게 만드려면, 이런 사소한 것들도(사실 의무이자 매너다.) 나몰라라하면 안된다.

 

밤 사이 아픈 와중에, N은 5시에 일어나서 탁발을 보러갔고.

오는 길에 죽을 사다줬다. 약도 여행하면서 먹어본 제일 잘 듣는 약으로 사다줬다.

 

 

이건 닭죽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아냐면서..ㅋ

죽을 다 먹고, 약을 먹었다. 그랬더니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 전까지는 약기운인지 혼미했었다.

김삿갓 사장님이 괜찮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어제 방문 못하고 못먹었던 김삿갓을 오늘은 가기로 했다.

그릇도 반납할 겸, 겸사겸사.

이렇게 은혜를 입었는데 많이 팔아드려야지! 하면서.

 

 

조마 앞으로 데리러 오시기로 했고.

우린 타고 김삿갓으로 도착.

 

 

 

 

메뉴가 상당히 다양하다.

방비엥 한식당보다도 더 다양하다.

 

 

 

친절하게 메뉴판 앞에는 라오어로도 쓰여있다.

 

 

식당이 정말 쾌적하다.

 

 

김삿갓 식당 사장님.

처음으로 한국TV를 마음놓고 시청할 수 있었다.(비정상회담/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이렇게 에어컨이 시원한 곳은 라오스에서 처음이었다.

내 나라 좋은 나라. 얼른 한국가야지.

 

 

 

 

 

 

우린 돼지고기 2인분에, 된장찌개와 (밥은 공짜로 주셨다.N이 두공기나 먹음) 콜라까지 먹었다.

 

 

 

라오인 종업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 잘라주기까지.

한국인 줄 알았다.

 

 

먹는 와중에 마른하늘에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린 TV보면서 그치기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픽업만으로도 감사한데, 데려다 주신다고 타라고 하셨다.

끝까지 감사한 마음.

 

 

 

조마 앞에서 90도로 인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 요약

1. 숙소 사장님과 아내분 및 직원은 아침날까지 나를 걱정해주셨다. 먹는 것도 신경써주시고, 약에, 차에, 밥까지 주시려고 하셨다.

2. 루앙프라방의 김삿갓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보기힘든 좋으신 분이다. 그 마음,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 

3. 여행 내내 나를 배려해야했던 N, 아파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에도 끝내 내 걱정부터 해주는 마음. 밥에 약에 온갖 자질구레한 뒷일을 해줬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결론: 돕고 살면 복이와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타지에 와서 또 한번 겪었다. 이 분들이 내게 해준 것에 비하면 난..ㅋ아직도 사람들에게 잘해주려면 멀었다. 그래도 욕심 안부리고 어찌어찌 살아가다보니 신이 좋은 사람들을 내려주셨나보다. 돌아가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돕고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잊지 말아야지. 이 마음 받은거, 그걸 뛰어넘어 나도 더 베풀고 살아야겠다.